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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幻影) - 시놉시스 본문

CLOSED/환영(幻影) : 프롤로그

환영(幻影) - 시놉시스

관리인 2016. 8. 16. 23:02




환영(幻影)

시놉시스 수정본


1 WELCOME TO THE REAL WORLD



한 아이가 달리고 있었다. “헉…. 헉 갈지 헤매는 눈과, 벅찬 숨을 내쉬는 입, 그리고 방황하는 다리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이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갈 곳을 잃은 것처럼. 하지만 그는 달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가 달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모습은 더욱 성숙하여 보였었지만, 점점 안개가 그의 시야를 가려갔다. 그의 눈은 방황하고 있었지만, 그의 다리는 어떻게든 이 순간을 벗어나려 달리고 있는 것 같았다.


한 아이가 달리고 있었다. 정신 차려보니 안개는 온데간데없고 처음 보는 풍경이 그를 환영으로 이끌고 있었다. 그는 끊임없이 달리다가 멈췄다. 그가 멈춘 곳 앞에는 아주 커다란 문이 있었는데, 그 문에는 “WELCOME TO THE REAL WORLD”라고 적혀있었다. 그의 눈과 귀에는 아직도 안개가 있었는지, 의심하지 않고 당당하게 그 문으로 들어갔다. 닫히는 순간 문에서 알 수 없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쾅”


“아이여, 진짜 세상에 온 걸 환영하네.”



그리고 그 문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2 REAL WORLD


그 아이는 달리고 있다. 지금도. 그는 아직도 그 문에 적혀있는 문구가 무엇인지 알지 모른 채 달리고 있다. 어디로 갈지 헤매는 눈과, 벅찬 숨을 내쉬는 입, 그리고 방황하는 다리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이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갈 곳을 잃은 것처럼. 하지만 그는 달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가 달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모습은 더욱 성숙하여 보였었지만, 점점 안개가 그의 시야를 가려갔다. 그의 눈은 방황하고 있었지만, 그의 다리는 어떻게든 이 순간을 벗어나려 달리고 있는 것 같았다.


눈과 귀에 안개가 꼈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을까. 그는 진짜 세계에 와도 한결같았다. 똑같은 숨소리, 여전히 따로 노는 그의 몸, 이상하게 그에게서만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안개…. 그는 언제부턴가 희미하게 웃음을 띄며 달리고 있었다. 목적지가 자기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걸까. 주위의 풍경이 아름다워서인가. 쉴 곳이 있어서인가….

 우리는 아직도 그 답을 알 수 없다.


그 아이는 달리고 있다. 이제 그의 몸은 성숙하다 못해 묵은지처럼 숙성되어가고 있었다. 그의 몸처럼 그가 항상 같이 지녔던 가방도 조금씩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굽어지는 허리. 떨리는 목소리. 여전히 방황하는 얼굴…. 그에게서 이젠 웃음이라곤 존재하지 않는 단어가 되어버렸고, 웃음 대신 고독이 그에게 존재할 뿐이었다.


그의 수염과 머리가 조금씩 하얘지고 있다. 그는 이제 숨을 쉬는 것마저 벅차 보인다. “헉…헉….” 깊은 숨소리가 점점 깊어간다. 그의 몸은 아직도 어디를 갈지 모르고 있다.



그 아이는 달리고 있었다. 그는 조금 전에 조그마한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벌써 며칠째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침 눈이 내려 그의 고독함을 더욱 시리고 차갑게 만든다.

그 아이는 달리고 있었다. 그는 몇 달 전에 넘어졌었던 자리에 계속 누워있다. 그는 마지막 순간임을 알아챈 듯 고독함을 이겨내려 애쓴 웃음을 만든다.


그리고 그의 마라톤은 한 마디로 끝났다.


“흐흐흐…… 으흐흐…… 힘들어도… 후회는 없다. 이거지… 껄껄껄…껄껄껄….”


그의 웃음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온 마을을 뒤덮었다.



해가 밝았다.

새들이 아침을 시작하듯이 시끄러운 목소리로 재잘대며 돌아다니고 있다.

개와 고양이는 거리에서 서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오리와 오리 새끼들은 연못에서 자기 어머니와 평화롭게 놀고 있다.


세상은 그래도 평안하였다.


그리고 그의 웃음소리는 새소리와 함께 멈추었다.





환영: 눈앞에 없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 또는 오는 사람을 기쁜 마음으로 반갑게 맞는것.




2016.08.27